서울의 대표적 달동네 중 하나인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 재개발사업이 탄력받고 있다.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마치면 1400여 가구의 고급 타운하우스(조감도)가 들어선다. 이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등 다른 달동네 정비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1960년대 도시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의 터전이 새 단장을 마치면 대규모 신축 주거지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정릉골은 1960년대 철거민들이 모여 판자촌 등 주거지로 사용했다. 소설 《토지》를 쓴 고 박경리 작가가 거주했던 지역으로 유명하다. 건축물 노후가 심하고 도시가스, 상하수도 등 생활시설이 낙후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정릉골은 2003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뒤 2012년 정비구역 지정과 2017년 조합 설립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3월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11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다.
재개발을 통해 정릉골 일대 20만3965㎡ 부지에 용적률 109%, 건폐율 41%의 타운하우스 1400여 가구가 들어설 전망이다. 북한산 자락의 자연경관지구에 속해 용적률 제한을 받기 때문에 고층 아파트 대신 타운하우스 조성으로 선회했다. 조합 관계자는 “도심 속 전원생활이 가능한 명품 타운하우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달 안으로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릉골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정릉천을 근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풍부한 녹지공간을 확보했다. 경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이 인근에 있다. 구역 오른쪽으로는 길음뉴타운 등 대규모 아파트촌이 형성돼 있어 배후 수요가 탄탄한 편이다. 국민대·서경대 등 대학 인프라도 갖췄다.
시공권을 두고 대형 건설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프리미엄(웃돈)이 빠르게 붙고 있다. 정릉동 B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많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웃돈이 5억원 가까이 생겼다”며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대지 지분 84㎡ 정도의 단독주택 호가가 7억5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2006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홍제동 개미마을도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대문구는 지난 1월 개미마을의 도시재생 및 정비사업 추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지역은 낮은 사업성과 복잡한 권리관계 등으로 수차례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정비계획 해제 구역인 홍제4구역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개포동 구룡마을에는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2800여 가구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 공원, 교육시설 등이 지어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달동네 같은 낙후 지역을 개발하면 주변 지역의 주거환경까지 개선된다”며 “다만 오랜 기간 지분 쪼개기 등이 이뤄진 탓에 보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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